2020년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어영부영'
많은 것들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혹은 그에 반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그 와중에도 나는 선택을 하고 몸을 움직이려고 애를 썼다.
나는 8월이 되어서야 코로나에 적응한 건지도 모른다.
느물거리며 집에서 굴러다니고 매일같이 봄이와 동네를 걸었고 가끔은 친구를 만났던
그런 일상이 조금 그립다.
(서울 온 지 이틀만에 향수병이 도졌다.)
낮에 산책을 하면 덥지만 이런 재밌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요즘도 길에서 고추를 말리는 사람이 있다.
사실 더운 날에는 낮잠을 자야 한다.
우리는 낮잠 메이트
나는 얘만 쳐다보고 있어도 심심한 줄을 모른다.
왜냐면 그러다가 같이 잠들어 버린다.
아빠가 선심 쓰듯 둘러줬는데 알고 보니 내 거였다.
뭐 시원하긴 하더라.
요즘 산책 나갈 때 자유로운 착장을 시도하고 있는데
도저히 저러고 나갈 순 없었다.
너무 심심해서 헤나를 주문했다.
팔뚝에도 잔뜩 그렸는데 엄마가 볼 때마다 탄식을 했다.
조악한 헤나를 하고 느낀 것은 팔 타투는 질리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캔디바를 좋아하는 아빠를 위해
등짝에 로고를 박아주었다.
사실 우리 엄마 아빠는 오빠 때문에 문신에 트라우마가 있는데
또 헤나는 재밌어하더라?
헤나 사서 한 것 중 제일 잘한 게 이거인 것 같다.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는 과자 : 홈런볼, 에이스.
꾸준하고 오래가는 것들은 어쩐지 비슷한 점이 있다.
나도 꾸준하게만 살고 싶다.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포항도 잠깐 갔다 왔다.
이렇게 가까운데 왜 자주 안 갔을까?
코로나 덕에 재발견하는 것들이 종종 있다.
비가 아주 많이 온 1박 2일이었지만
함께라서 행복했다.
하늘은 왜 이렇게나 아름다운 걸까
이름 모를 꽃과 나무가 거리에 즐비하다.
아무튼 세상에 여전히 좋은 것들이 많아서 나도 좋다.
설치 미술처럼 거리에 뚝하니 놓여있는 비양심 쓰레기.
점잖게 이름 붙이려고 공무원들이 얼마나 애를 썼을까?
친구 만나러 가다가 본 낡은 모텔.
이름이 조금 귀엽다.
짝 모텔이겠지 아무래도.
세상에 모텔이 몇 개나 있을까 궁금해진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섹스를 할까.
왜 모텔은 항상 구석진 자리에 있는 걸까.
달은 왜 나를 따라올까? 엄마한테 물어보던 미취학 아동 시절이 누구에게나 있다.
난 이제 달이 나를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지구를 공전하고 있음을 안다.
지구는 태양을 따라다니고,
나는 봄이를 따라다닌다.
진짜 봄이를 따라다니는 게 내 일이었다.
나는 나를 네게 줄 수도 있고 대신 아파주고도 싶은데
너는 이런 내 마음을 아니?
새벽에 안 자고 유튜브에서 채식 마녀님 토마토 볶음 국수 영상을 봤다.
집에 마침 토마토도 있겠다 일어나서 꼭 해 먹어야지 하고 잠들었는데
평범한 맛이었다.
페퍼 가루를 뿌린 게 더 취향이었다.
분명 그냥 그랬는데 왜 갑자기 다시 먹고 싶어 지는 것일까..?
너겟 맛은 어디든 똑같지만
난 맥너겟이 더 좋다.
유럽에서 자주 먹어서 그런가 그만의 소울이 느껴진다.
버거킹은 머스터드 소스를 준다.
직업 : 개 산책시키는 사람
잠시 본업을 내려놓고 부업인 대학생 신분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방문 택배를 신청해서 기숙사로 짐을 보냈다.
아주 편리한 서비스다.
기숙사 도착!
학교에는 느긋한 고양이가 많다.
사람을 보면 바삐 도망가는 고양이들만 보다가
자기 집 안방인양 자고 있는 애들을 보니
참 귀한 장면이다 싶다.
학교는 고양이에게 학생증을 줘라!
학교 도서관에서는 토익 공부도 공짜로 할 수 있고
책도 공짜로 읽을 수 있다.
근데 생각해보니 공짜가 아니네..
그래서 도서관을 더 열심히 써야 한다.
이번 학기에 신청 도서 10권을 채우련다.
1년 만에 봉구스 밥버거 먹으러 왔는데 휴무.
근데 글씨체가 너무 귀여웡
그래서 떡볶이랑 김말이를 먹었다.
대안이 있다는 건 좋은 거야.
이런 것도 먹었다.
서브웨이는 쿠키 전문점임. 반박 안 받음.
맥문동은 더울 때 가장 활짝 핀다.
은은하고 표표한 꽃.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야~
더 행복한 9월을 보내야지
사진도 많이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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